본 작업은 ‘나 자신’이라는 가장 가까운 대상을 출발점으로, 개인의 생각과 감정, 시각적 선택들이 종이라는 물성을 통해 어떻게 기록되고 축적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 편집 디자인 작업이다. 특정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기보다, 말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순간적인 인상, 반복되는 시선과 선택들이 자연스럽게 쌓이며 하나의 결과물로 형성되는 과정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작업은 이미지, 텍스트, 그래픽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고, 포스터, 엽서, 리플렛, 명함 등 다양한 인쇄 매체로 점차 확장되었다. 이 과정은 처음부터 하나의 체계적인 기획 아래 진행되기보다는, 종이를 매개로 한 실험과 기록이 이어지며 점층적으로 축적되는 방식에 가까웠다. 그 결과 각각의 작업물은 독립적인 성격을 지니면서도, 공통된 감각과 흐름을 공유하게 되었다. 책자는 이러한 작업의 흐름을 가장 밀도 있게 담아낼 수 있는 형식으로 선택되었다. 단순한 결과물의 나열이 아닌, 개인적인 서사와 시각적 실험이 어떻게 연결되고 변주되는지를 한 호흡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페이지의 순서, 여백의 비율, 종이 위에 남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밀도는 ‘읽히는 책’이라기보다 ‘넘기며 감각하는 기록물’에 가깝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종이는 본 작업에서 단순한 출력 매체가 아닌, 감정과 시간이 스며드는 물리적 기록 장치로 기능한다. 이미지의 선명함과 흐림, 여백의 무게감, 페이지를 넘기는 리듬은 디지털 화면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감각을 형성하며, 작업의 성격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한솔제지가 지향하는 종이의 물성과 가능성에 대한 탐구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자는 완성된 ‘나’를 정의하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현재의 시선과 감각이 축적된 하나의 과정 기록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이를 특정한 의미로 규정하기보다는 보는 이 각자의 감각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자 했다. 종이라는 매체 위에 남겨진 이미지와 구조를 통해, 기록과 편집, 그리고 시각적 선택의 힘을 조용히 드러내는 것이 이 작업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