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유리, 옹기, 연탄재 같은 생활 현장의 재료나 바람, 불, 연기 같은 비물질적 재료를 사용하여 일생을 실험적인 예술에 전념한 이승택 작가는 범상치 않은 그의 예술세계에서 보여주듯 작품 하나하나가 경이롭습니다. 6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그의 '비조각', '거꾸로 미술' 개념의 주요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는 것은 한국 예술 역사의 복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올해로 구순에 접어든 작가는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는 달리 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극히 정통적이었습니다. 책, 즉 기록물은 요란하지 않아야 하며 내용을 정상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담기는 글의 내용을 직접 검수하고 도판의 색감을 세부적으로 조정하시는 등 책에 대한 진정성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형식은 무겁지 않고 펼침은 수월해야 한다는 작가의 요청으로 소프트 커버 양장 제본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종이는 자연스러운 인쇄 발색을 위해 인스퍼 M러프와 M스무드를 선택하였습니다.